기억 혹은 '인격'을 주입하는 드라마, Dollhouse를 연상시키는 드라마를 하나 소개할게요.
2008년 미국 NBC에서 방영된 "마이 온 워스트 에너미(My Own Worst Enemy, 데이비드 세멜 제작, 제이슨 스밀로빅 각본"라는 드라마입니다.
My own Worst Enemy(출처: IMDB)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남자(헨리 스피비)가 어느날, 자기 자신이 남긴 메시지를 보게 됩니다. 물론 본인은 전혀 기억할 수 없었던 메시지였죠. (메멘토 스멜이...)
"내 이름은 에드워드야. 그리고 잘 들어, 오늘 축구 경기 못 보러 간다고 전해. 안 그럼 죽는다."
자기 자신에게 전하는 자신의 메시지!!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우선, 비디오 속의 이 남자 '에드워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이며 스파이입니다. 그리고 이 비디오를 보는 남자 '헨리'는 '만들어진 인격'이죠. 헨리는 여러가지 기억 카테고리에서 '알맞은 정보'들만으로 조합된 '인격'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효율적인 스파이 활동을 위해, 완전히 개별적인 '인격'을 이식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거죠.
그러던 어느날, 만들어진 인격인 '헨리'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주입된 인격이 오류를 일으키게 된 겁니다. 자신이 하지 않은 행위(스파이 활동)에 대한 기억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거죠. 혼란에 빠진 헨리는 상담의를 찾아갑니다만, 이 상담의도 믿을만한 여자는 못 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에드워드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정보국(?)에서는 그를 어떤 식으로든 제거하려고 하는데요(헨리의 삶만을 남겨두려 하죠), 한 사람 안의 두 자아(인격)가 힘을 합해야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과연, 위기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둘 중 하나가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저도 아직 다 보지 못한 드라마라서, 케이블에서 다시 방송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크리스찬 슬레이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훌륭한 캐스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Dollhouse, 2009-2010(출처: IMDB)
기억을 주입하는 방식 같은 게, 사실 돌하우스와 많이 비슷합니다. 다만 돌하우스는 여러 인격을 넣었다 뺐다 한다는 게 좀 다르달까요. 기존의 인격은 완전히 제거된 상태의 인물들이 자신의 인격을 '다시 기억하게 되어' 자신들의 '이상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돌하우스' 내러티브도 좀 비슷한 것 같죠? 그러나 굉장히 흥미로운 전개를 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ㅋ (돌하우스보다 이 드라마가 더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IMDB의 Dollhouse 소개글:미래 지향적인 연구실은 길을 잃은 젊은이들의 신분을 지웠고, 지금은 고객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임시 신분을 그들에게 각인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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