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부터 6월까지 일본 N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드라마는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낳은 정이 아니라, 말하자면 '기른 정'이죠.
주인공 스즈하라 나오(마츠유키 야스코)는 대학에서 새를 연구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오게 됩니다. 아이들을 싫어하기에, 초등학교 교사란 직업은 적성에 맞지 않았는데요, '죽은 오리에게 편지를 쓰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어떻게 죽은 오리가 편지를 읽을 수 있나요? 글씨도 모를 텐데..."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아이 미치키 레나(아시다 마나)란 아이를 알게 되면서, 자신에게는 전혀 없을 거라고 믿었던 모성의 본능을 확인하게 됩니다.
레나의 엄마는 스즈하라 선생님보다도 젊고, 또래의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레나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 따위엔 관심도 없으며, 레나의 학용품을 '필요 없다'며 버리기 일쑤입니다. 레나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 버리려고 하는 고약한 엄마이지만, 레나는 그런 엄마를 사랑하죠. 레나는 엄마와 엄마의 남자 친구로부터 각기 다른 종류의 폭행을 당합니다. 가녀린 팔 위를 뒤덮은 푸른 멍들, 결석. 급기야, 레나는 쓰레기봉지에 담겨 버려지고 맙니다.
스즈하라 선생님이 레나를 찾지 못했다면 간밤에 얼어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레나는 스즈하라 선생님의 집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삿뽀로'에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곳에 아기 우체통이 있기 때문이죠. 레나는 아기 우체통엔 자기도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오리가 편지를 읽을 순 없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편지가 '천국'에 간다는 것은 믿는 순박한 아이, 아이는 자신의 죽은 아빠처럼, 천국에 가고 싶었던 걸까요?
아기 우체통에 들어가면 자기도 천국으로 가는 편지들과 함께, 천국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걸까요?
스즈하라 선생님, 아니 스즈하라는 원치 않았던 초등학교를 그만두고 대학 연구실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레나를 보니 자신의 미래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즈하라는 레나와 함께 새벽녘의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는, 레나가 보고 싶어 했던 철새를 보여주었습니다.
스즈하라는 레나에게 "너를 유괴하겠다."고 말합니다.
"내일은 4월 1일,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이야."라고
그러니 이제부터 엄마와 딸이라고 거짓말하며 살자고요.
그리고 둘은 떠납니다.
이렇게 이들의 도주는 시작되죠.
스즈하라를 찾는 가족, 레나를 찾는 경찰, 그리고 그들을 뒤쫓는 기자 후지요시 슌스케(야마모코 코지) 그들은 과연 엄마와 딸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다시 "모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마츠유키 야스코의 깊이 있는 연기와, 어린 레나를 연기하는 아시나 마나란 꼬마의 천재성이 드라마의 깊이를 더합니다. 가족드라마이면서도 스릴러적 구성을 따르는,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일본 특유의 감수성이 엿보이는 명작 드라마가 또다시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는 노자와 히사시 각본의 "파랑새"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입니다.
'파랑새'도 주인공들이 '도주'하는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철도원이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남자는 여자와 또 그녀의 딸과 함께 도망을 칩니다. 결말은 좀, 막장이었던 것 같은데, 로맨스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해서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파랑새에서 여자의 남편(사노 시로가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이 끝까지 그들을 찾으려고 하는데, 아마도 Mother에서는 야마모토 코지가 그런 역할을 맡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분명 레나의 엄마는 레나를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결국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하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이유에서든 '엄마'를 찾고 싶고, 또 갖고 싶습니다. 보호받고 싶고, 또 신뢰받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런 '모성'에 대한 이야기, 결혼, 출산, 성별과도 무관하게 우리 모두가 응당 갖고 있어야 할 삶에 대한 포용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레나는 마음이 우울할 때면, '좋아하는 것 적는 노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적습니다. (데스노트와 확연히 구분되는!!!! 긍정적 마인드!!) 그리고 하나씩 천천히 좋아하는 것들을 되뇌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쁜 일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어쩌면 레나가 죽은 오리에게 편지를 쓸 수 없었던 이유도, 슬픈 것에 대해선 쓸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나의 '좋아하는 것' 수첩과도 같은 걸, 하나쯤 마련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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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쓴 글을,
2022년에 그대로 옮겨 씁니다.
(서두 일부를 잘라내고, 문장 일부를 수정함)
이 드라마는 wavve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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