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캐릭터'는 이미 많이 있었습니다. '사토라레'라는 캐릭터도 우리나라에선 꽤 알려진 캐릭터죠.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이 읽히는 캐릭터란 점이 좀 다르지만요. 그런데 왜, 이 소재는 다시 등장해야만 했던 것일까요? 저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죠.
프레야(Navi Rawat)은 졸업파티 이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소리들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고 고립되게 합니다. 그녀는 정신병원을 전전하게 되고, 아버지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술을 마시다 죽고 맙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의 도움으로 일은 아주 자알 해결되고 끝납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녀가 NSA의 정식 직원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 그녀는 훨씬 '섹시'해집니다. 이 마지막 씬이 나에겐 가장 우스꽝스러웠다. 여자가 프로가 되면 '섹시'해진다는 걸까요?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구성자체가 좀 엉성합니다. 프레야에게 주어진 "사건"은 두서없이 시작되고, 프레야의 파트너인 브랜든(Joe Flanigan)은 너무 늦게 등장하며, 프레야는 필요이상으로 의사나 NSA와 갈등합니다. 서두가 너무 길고 사건은 너무 빨리 해결됩니다. '초보야?'라고 생각들게 만드는 이 영화의 감독은 TV드라마 '테이큰'의 감독 브렉 에이즈너입니다. (물론 저는 블록버스터류를 안좋아하므로 이 TV시리즈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뭔가 영화로선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는데요. 그런데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줍니다. 그게 이 영화가 남긴 '매력'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다른 사람의 생각'은 이전에 다른, '남의 생각을 읽는 캐릭터들'에 비교했을 때,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다. 어쩌면 그 전에도 '다른 사람의 생각'은 주인공을 불편하게 했을 겁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은 결과적으로 '좋은 기술'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 중에서도 '부정적인 생각'이 여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위험에 빠뜨립니다. 프레야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며 '위험한 여자야' 라고 하거나 창녀같네'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모조리 들어야 합니다. 겉으론 전혀 그렇게 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내면에 숨긴 편견과 혐오를 날것 그대로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걸러지지 않은 생각 때문에 내가 위축되고 심리적으로 억압된다는 문제를 넘어, 필터링 없이 건너 오는 타인의 생각은 또 다른 공포를 선사하기도 합니다.
얼마전(2010년 언저리)에 보스턴 리갈이라는 미국 드라마(법정코미디물이라 할 수 있는)에서, 심리상담사에게 아내를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가 정말로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상담사가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등 오버하는 바람에 되려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 사업가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봤습니다.
생각은 진흙상태의 표면 위에 밑그림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살인자)는 언제고 충분히 지워지고 수정될 수 있는 밑그림을 '완성된 형태'로 생각하고, 대처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들처럼 누군가가 나에 대해 살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본다면 사실 아무런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장전된 총이 반드시 발사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발사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생각을 아는 일은 무서운 일입니다. 저 자신의 생각은 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지만, 타인의 생각은 제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왠지 그런 '생각들'이 주는 공포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타인의 생각들에 제압당한 채 고립된다는 설정은, 분명 뭔가를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찾지 못한 채 NSA의 정식직원이 되어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 보기만 할 때, 이 영화는 그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옛날 글을 포스팅하면서,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에 배우 이름을 훑어 보다가, 뜨앗!!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Navi Rawat이 인기 미드 "Numb3rs(넘버스)(2005-2010)"의 Amita Ramanujan(아미타 라마누잔)이었던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배우 Joe Flanigan은 "Stargate: Atlantis"(2004-2009)로 좀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선 익숙하지 않은지, 네이버에선 '정보없음'으로 뜹니다(2010년 기준) 아무튼, 이 멋진 남자를 보려고 '대충' 골랐던 영화, 지나 보면 허술했을 지라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 영화였습니다.
And, 이 밖에도 마이클 박사(Dr. Michael Welles)역을 맡았던 Peter Horton은 얼마전 "Life unexpected"에서 케이티의 잃어버린(?) 아버지로 출연하여, 자유인으로 사는 냉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Joe Morton도 출연하였던 영화. Joe Morton은 최근 (ER의 명간호사!) 줄리아나 마귤리스가 주연하는 드라마 "The Good Wife"에 출연하여 알리샤 플로릭(줄리아나 마귤리스)의 문제 많은 남편 피터 플로릭(Law & Order의 형사 Chris Noth가 연기한다)의 변호사로 출연하고 있지만, 나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는 아무래도 "Eureka"(2006-2009). 드라마 유레카 속 도시에 살면, 어쨌든 흥미진진하긴 할 거란 생각에, 항상 기대하고 봤던 생각!! 그외에도 더 있는 것 같지만 뭐 특별할 것은 없는 것 같아서 여기까지...
어찌되었든, 이 영화엔 알만한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요 ^^;;;
참고로, Joe Morton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한 핏줄 드라마:
"Heroes" - Matt Parkman(Greg Grunberg)이란 형사가 남의 생각을 읽는 재주로 사건을 해결하죠!
"The Listener" - 제목 그대로 '듣는자'가 주인공이고, 남의 생각을 듣고 또 보기도 하는 재주를 가진 '소방관'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다는 얘깁니다. 캐나다 드라마!!
"True Blood" - 뱀파이어물. 주인공 Sookie Stackhouse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읽지 못하는 생각은 인간이 아닌 존재, 드라큘라의 생각 뿐이죠. (늑대인간도 인간이라고, 늑대인간의 생각은 읽는 것 같습니다.)
더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2010년 경에 쓴 글을 재업로드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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