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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급살인 & 집행자 & KBS드라마시티 '동행' : 국가는 살인해도 되나?

영화 리뷰/미국 영화

by 사라뽀 2023. 3. 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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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살인1995 (Murder In The First)

▶스릴러 | 프랑스, 미국 | 124 분 | 개봉 1995-03-18 |  
▶감독 | 마크 로코 
▶출연 | 크리스찬 슬레이터 (제임스 스탬필 역), 케빈 베이컨 (헨리 영 역), 게리 올드만 (밀턴 글렌 역), 엠베스 데이비츠 (메리 맥카슬린 역), 윌리암 H. 메이시 (D.A. 윌리엄 맥닐 역)
 
믿을 수 없는 일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들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렇듯 저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들' 대부분은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픽션이 아니라는 것; 이것은 실로 절망감을 안겨줍니다. 오늘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한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일급살인(Murder in the first, 1995)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크리스찬 슬레이터, 케빈 베이컨, 게리 올드만 주연의 '일급살인'이라는 영화입니다.

 

※ 영화 '일급살인'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급살인은 세계 대전 당시에, 포로수용소로 쓰였던 교도소에 수감되게 된 한 범죄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1941년에 벌어진 '교도소 내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실제로 이 문제의 교도소 '알카트라즈'는 폐쇄되었다고 하죠.

 

 

이 영화에는 헨리 영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케빈 베이컨(극중 헨리 영)(출처: 네이버영화)

그는 5달러를 훔친 죄로 2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고작 5달러때문에 교도소에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탈옥을 시도하지만 다시 잡혀오죠. 다시 돌아온 교도소는 예전의 교도소가 아닙니다. 탈옥을 했다는 이유로, 그는 담뱃불 만큼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서 3년을 지내게 됩니다.

 

컴컴한 지하 감옥에서 벗어나 다시 일반 죄수가 되었을 때, 그는 식당에서 자신을 밀고한 죄수를 맞딱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200명의 목격자가 보는 앞에서 그를 충동적으로 살해하죠. 그는 다시 재판대에 오르게 됩니다. 검찰은 그를 '일급살인'이라는 죄목으로 기소합니다. 헨리 영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국선변호인인 제임스 스탬필(크리스찬 슬레이터)은 그가 3년 동안이나 지하 감옥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고 경악합니다. 그리고 헨리 영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하죠. 

 

 
크리스찬 슬레이터(극중 제임스 스탬필)(출처: 네이버영화)

일급살인은 미국 형법 제도에서 가장 흉악한 살인에 대해 규정하는 살인의 등급입니다. 악의를 가진 살인, 의도한 살인을 지칭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우발 살인과 계획 살인의 형량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급살인에는 '계획성'과 '강한 의도성'이 있어야 하죠. 그렇다면, 극중 헨리 영(케빈 베이컨)의 범죄는 어떠한가요? 

헨리는 죄를 저질렀습니다. 사람을 죽였어요. 그건 명백히 범죄입니다. 그러나 계획적인 살인이었을까요? 죽이려고 며칠 동안 계획하고 고민하여 죽인 사건일까요? 그건 아니었습니다. '우발적인 살인'이었죠. '우발적 살인', 더욱이 이 영화와 같은 경우는 현재 미국에서는 처벌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살인(PTSD로 인한 살인)이었습니다. 주인공 헨리 영은 기나긴 어둠 속에서 심리가 파괴되는 경험을 합니다. 고작 5달러 때문에, 그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어두운 독방에서 살아야 했습니다.(빛을 못 보고 살게 되면 심리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법은 '복수'의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무거운 형벌에 처합니다. 그러니까 검찰은 '이론적으로' '법대로' 그를 기소한 게 맞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에 이르게 할 정도로 잔혹한 범죄였는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살인자로 만든 건 '교도소'였고, '교정당국'이었기 때문입니다. 고작 5달러 때문에 2년형을 선고받았을 때, 이미 부조리는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처음부터 살인자로 감옥에 들어간 게 아니었어요. 그를 살인자로 만든 것은 '비인간적인 교정제도'였습니다. 

 

출처: pixabay

우리는 '법'이라는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법은 사회 혼란을 방지하고, 사람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손쉽게 해결하게 해줍니다. 공존을 위한 규칙입니다. 그러나 이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요?

범죄자의 죽음은 피해자의 슬픔을 줄여주나요? 범죄자를 '국가'라는 이름으로 살인하여 없애는 일은 국가 전체의 범죄를 줄여줄까요? 그리고 그, '국가의 살인'은 언제나 정당할까요? 

 

 

'사형제도'에 대해 묻는 영화들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얼마 전 '집행자(한국, 2009)'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조재현, 윤계상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예전에 읽었던 일본소설 '13계단'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 소설에서도 사형 집행인은 세 명이고, 집행 방식도 같습니다. 지금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클라이막스도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집행자(2009)' 포스터(출처: 네이버영화)

집행자, 2009


▶드라마 | 한국 | 96분 | 개봉 2009-11-05 |  
▶감독 | 최진호
▶출연 | 조재현(종호 역), 윤계상(재경 역), 박인환(김교위 역), 차수연(은주 역), 김재건(성환 역)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떠올린 문장은 '나쁜 남자, 교도소에 가다' 였습니다. '사형제도'에 관해 묻는,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돋보였지만, 주제의식을 보여줄 수 있게 내러티브가 잘 짜여졌는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서사는 투박했고, 인물들은 상투적이었으며, 대사도 설익다는 인상을 주어서 본질을 꿰뚫지는 못한다는 인상이었죠.

 

이 영화보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KBS 드라마'였어요.

 

바로, KBS 드라마시티 '동행'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KBS 드라마시티 '동행'은 한 교도관과 누명 쓴 사형수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튜브에서 "Drama City 20041226"으로 검색하시면 여러 개의 클립으로 나뉜 영상을 찾으실 수 있습니다. KBS 드라마시티 '동행' 영상 보기 ←클릭 ) 시대 배경은 80년대, 아마도 1997년 12월에 마지막 사형이 집행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불완전한 법제도와 사형제도가 병존할 때,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제고 국가로부터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본 다음날, 케빈 베이컨 주연의 '일급살인'을 봤습니다.

 

덕분에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교수대(출처: pixabay)

 

저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법의 불완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이 권력과 결탁하여 만들어낸 수많은 사법 범죄가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인혁당 사건일까요? 평범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던, 어이없고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언급되는 어떤 범죄자는 그냥 평범한(?) 강도살인마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지역의 온갖 범죄들을 한 범죄자에게 덮어 씌웠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윤성여씨도 강압수사의 피해자였습니다. 법이 '살인자' 혹은 '범죄자'로 낙인 찍은 사람들 중,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많은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사형이 범죄 교화에 큰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은 차치하더라도 사형은 여전히 위험한 제도입니다. 살의를 갖지 않은 공무원에게 사형 버튼을 누르게 하여 트라우마를 만들기도 하고,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린 사람들을 기어이 죽음으로 내몰 수도 있기 때문이죠.


'사형제도'를 다룬 세 편의 작품에 대해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일급살인'은 영화적으로도 참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배우들은 아주 매력적이고 서사는 아주 잘 짜여져 있어, 몰입이 잘 됩니다. 영화 제공하는 OTT는 찾을 수가 없는데 기회가 되면 찾아 보세요. :)


​이 글의 원안은 2010년 경에 쓰였습니다. (그래서 '집행자'를 '얼마 전에 봤다'고 쓴 글을 그대로 뒀어요.)

2022.5.4 전체적으로 글을 수정하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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