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 블루 블러드(Blue Bloods, 2010~) - 경찰 가족 드라마
작년(2010) 한 해, 참 많은 가족 드라마가 새로 선을 보였습니다. 경찰(형사)/범죄물(법정 포함) VS 가족드라마의 양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형사 가족’ 이야기까지 등장했습니다. 바로 ‘Blue Bloods’란 작품인데요, 3대가 ‘형사’인 가족을 중심으로 ‘형사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법적으로 처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Donnie Wahlberg – Danny Reagan (형사/강력계 반장)
Tom Selleck – Frank Reagan (경찰서장)
Bridget Moynahan – Erin Reagan-Boyle (검사)
Will Estes – Jamie Reagan (순경)
Len Cariou – Henry Reagan (전직 형사/은퇴)
Amy Carlson – Linda Reagan (Danny의 부인)
Sami Gayle – Nicky Reagan-Boyle (Erin의 딸/형사가 꿈)
Jennifer Esposito – Jackie Curatola (Danny의 파트너 형사)
형사 생활을 하다 이제는 은퇴해 가끔 수사 자문을 해 주는 정도로 소일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 헨리 레이건’, 역시 수 십 년간 형사 생활을 하고 ‘경찰서장’의 자리에 까지 오른 ‘아버지 프랭크 레이건’, 최고 실력의 강력반 형사로 일하고 있는 ‘큰 형 대니’, 그리고 이제 막 경찰이 된 막내 제이미까지 한 집안에 네 명이나 되는 남자가 ‘형사’였거나 ‘형사’인 ‘형사 집안’이죠.
그런데 사실은 한 명 더 있습니다. 하버드 법대를 다니며 ‘변호사’ 준비를 하던 막내 Jamie가 ‘경찰’에 입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작은 형’, 그도 형사였습니다. 작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그의 죽음에 남겨진 ‘의문’을 풀기 위해 Jamie는 ‘변호사로서의 미래’를 걷어 차 버리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경찰’의 길로 들어섭니다.
형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경찰내 비밀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제이미! 형사였거나 현재 형사인 자신의 가족들도 그 조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혹시 가족들이 형의 죽음에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제이미는 형을 죽인 자가 누군지, 찾아낼 수 있을까요.
‘형을 죽인 자가 누군지 밝혀낸다’고 하는 ‘메인 플롯’이 존재하긴 하지만, 사실상 메인플롯은 다음 회를 보게 하기 위한 ‘미끼’에 불과합니다.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당연히 ‘별개의 형사사건’들이죠. 이 드라마에도 흥미로운 사건들과 범죄자들, 범행의 동기 등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뭔가 다릅니다. 절대로 ‘뉴키즈온더블럭’의 멤버였던 도니 월버그가 나와서가 아닙니다. (전, 영화에 자주 나오는 마크가 더 익숙해요. 근데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형이 더 멋있네요! 오리지널리티가 팍팍 풍기는 원조꽃미남. )
이들 가족은 모두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속해 있지만,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검사 여동생 에린 레이건-보일(혹은 누나?)과 형사반장인 오빠 대니의 관계는 종종 극단적으로 대립되곤 하죠. 형사물에서 자주 보이는 ‘갈등관계’ 중 하나가 ‘검사’와 ‘형사’의 관계입니다. 형사가 애써 찾아다 준 ‘증거’를 ‘검사’가 잘 활용하지 못하거나, ‘형사’의 실수로 ‘검사’가 피해자를 기소하지 못하게 되어 갈등하게 되곤 하죠.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갈등점’은 좀 다른 데 있습니다. (뛰어난 형사가문 ‘레이건가’의 자제들이 실수를 할 리는 없죠. 설정상!)
형사인 대니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규칙’, ‘법적 절차’ 따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더욱이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나 강간 등의 특수범죄에 있어서는 더욱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죠. 반면에 검사인 에린은 법과 절차 그리고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이죠. 형사와 검사라는 입장차이가 낳는 ‘갈등’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이죠. 이들은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이러한 입장차이로 인해 자주 언성을 높이며 싸웁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족’이죠. 가족은 아무리 싸워도 화해할 수밖에 없는 ‘조직’입니다. 바로 이것, 이것이 이 드라마의 강점입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다른 입장과 가치관을 갖고 있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결국은 화해하고 공통의 해결점을 찾아 갑니다. 어쨌든 우리가 원하는 건 하나, 범죄자가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이 가족은 일년에 52회 함께 식사를 하는데요(대사에 나오더군요.) 드라마상으로는 매일 저녁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식탁 위에서 ‘사건’은 종종 토론의 주제가 되곤 하는데요, 반대 의견이 난무하고 급기야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죠. 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법과 범죄에 대한 제각각의 관점을 갖고 있고,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른 생각’들은 결국은 법이란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바탕을 둔 같은 생각의 다른 표현같습니다. 결국 이런 갈등이 드러나는 근본 원인은, 법제도의 한계와 모순 때문이거든요.
절차와 규칙이 중시되는 ‘법정’에서는 아무리 ‘증거’가 확실하다고 해도, ‘증거’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확인되면 ‘증거’가 채택되지 않는데요, 사실 납득이 되면서도 납득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 이 가족의 ‘식탁 위에서의’ 갈등은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따뜻한 토론’이며, ‘불화’가 아니라 법이 ‘정화’되는 과정입니다.
생각이 달라도 서로 돕는 가족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하는 드라마, Blue Bloods!! 아직 우리나라에선 ‘형사’의 이미지가 이 드라마의 ‘대니’처럼 그저 폭력적이거나, 드라마나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검사’처럼 어딘가 ‘비리’와 ‘악덕’을 숨기고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안 그런 사람이 더 많겠죠. 그리고 이렇게 진지하게 법제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을 겁니다. 힘들게 ‘범죄자’와 싸우는 형사들의 ‘뜨거운 활약’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열혈 검사의 법정싸움! 뭐 이런 얘기들로 ‘우리나라 법제도의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는 드라마, 정말~ 보고 싶네요.
얼마 전에 보니까, 성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의 부모가 ‘증거물’까지 경찰에 맡겼는데, ‘증거물’이 분실되어서 ‘가해자’를 다시 만났는데도 처벌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기록보관을 5년밖에 하지 않는다니. 미성년자 성폭행의 공소시효가 10년인 것도 안타까웠지만, 공소시효 10년인 범죄의 기록물을 5년밖에 보관하지 않는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체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범죄자를 잡고, 기소하여, 집행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실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기록물과 증거물은 최대한 오래 보관되어야 하며, 더욱이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해결이 될 때까지 절대로 파기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참, ‘상식적인 일’들이 현실에서는 ‘상상적인 일’이 되는 게 안타깝네요. 좋은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져서, 상식이 그대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2011년 글을 그대로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