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한국 영화

[한국영화] 비트, 1997

사라뽀 2023. 4. 2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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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트' 포스터

지난 밤에, 김성수 감독의 '비트'를 봤다.

여성을 다루는 심산 작가의 문법은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가난 때문에 사회로부터 처음부터 철저히 소외될 수밖에 없어서, 꿈조차 꿀 수 없는 세기말의 청춘으로 존재하는 민(정우성)의 캐릭터는 실제로 청소년기에 사당동 판자촌에서 살았다고 하는, 그 배우에게 너무 잘 맞는 배역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 보면 진부하기 그지없는 씬들과 인물들에 피로해지다가도 어울리지 않는 고독미를 뿜어낼 때마다 흥미로워졌고, 또 지나치게 주인공 중심적인 이 영화가 사랑스러워지기도 했었다.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폭력조직에서 일당은 뛰지만 절대 몸담지 않겠다는, 보기 드물게 의식 있는 이 청년의 삶이 보여주는 90년대 말 대한민국의 정황은 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는 '비트'는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각각의 삶의 바운더리에 따라, 영화의 색깔은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하나의 텍스트를 보는 시선이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을 학교 다닐 적에는 흥미로워하였지만,

이제 그것이 차별로 진화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조금은 슬픈 느낌이다.

 

"나에겐 꿈이 없었어.
하지만 로미야, 지금 이 순간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아.
환규와 태수, 그리고 너와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꿈처럼 느껴져.
로미야! 보고 싶어.
하지만 너에게 갈 수가 없어."

 

 

2017/05/21 17:36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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