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아시아 드라마

[일본드라마] 흔히 있는 기적 2009 - 이야기라는 위로

사라뽀 2023. 3. 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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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있는 기적 2009

흔히 있는 기적 2009 / 후지TV 50주년 기념 드라마


-어느날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타지마 다이스케 감독, 야마다 타이치 각본

 

 

"스토리텔링에 대해 생각하다."
스스로의 죽음을 생각했던 세 명의 남녀가 전철 플랫폼에서 만나게 된 뒤, 서로의 관계를 통해 희망과 미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입니다.

 

후지모토 마코토(진나이 타카노리)는 열차에서 투신을 하려다가, 마침 같은 플랫폼에 있던 두 청년에 의해 저지당합니다. 그 두 청년은 카나(나카마 유키에)와 쇼타(카세 료)입니다. 마코토는 처음 경찰조사를 받을 땐 자살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발뺌을 하지만, 며칠 뒤 다시 파출소로 찾아가서 자신을 구해준 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며 그들의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경찰 곤도와 가나, 쇼타, 그리고 마코토는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게 됩니다. 마코토는 그들 앞에서 자신의 불행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4년 전 아내와 딸을 한꺼번에 잃고 상심에 빠진 채 살아왔습니다. 세 명의 동행인은 마코토를 위로합니다.

 

 

곤도: 출장 중에 부인하고 13살 된 딸이 세상을 떠났다네.

마코토: 이젠...4년 전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곤도: 진짜 불행은 말이야. 마음에 다다를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거야.

 

이 대사 때문이었던 걸까요?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대사들에선 연륜이 느껴졌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이 담고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알뜰하게 전달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가끔은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과장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각본가의 모든 대사들은 인물을 더욱 선명하게 감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Ex.
쇼타와 시로의 대화에서,
시로(쇼타의 조부)가 "(쇼타가) 회사를 그만 두었을때.."라고 하자
쇼타는 "해고된 거야."라고 말하는데... 
(쇼타는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해고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자식의 흠을 감춰주고 싶고, 잘한 일은 부풀려서 말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는 것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코토가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곤도가 계속해서 추임새를 넣는 것은 TV드라마라기 보단 만담 같기도 해서 불편한 마음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리얼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곤도처럼 참견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5,60대의 남자가 꽤 흔하니까요.

흔히 있는 기적 2009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연필로 꾹꾹 글씨를 눌러 쓰듯이 섬세하게 짚어가는 소설적 분위기의 드라마.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봐도 그 감동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현대극을 통해 삶의 통찰과 감동을 전달하는, 연륜 있는 남성 작가가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장르극에서 남성 작가로 보이는 이름들이 보이긴 합니다만, 여전히 '드라마'는 여성 작가들이 주도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른 남성의 이야기'는 전달되기 어렵지요. 드라마는 사소한 개인들의 역사를 최대한 많이 담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함께 사랑받는 드라마 생태계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나빌레라'와 같은 드라마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인 거죠.)

 

이 드라마는 이야기의 다양성,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섬세한 필체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했던 드라마였습니다.

 

2009년 2월 6일에 쓴 글을 2022년 4월 20일에 고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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