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용감한 시민(웨이브, 2023) - 학원물+히어로물
신혜선, 이준영 주연의 '액션(?) 학원물' '용감한 시민'을 새해 첫날 감상했는데요. 별 생각 없이 보기 좋겠다 싶어서 선택했는데, 역시나 별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였습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영화로, 작년에 극장 개봉 후 웨이브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혜선은 워낙 믿고 보는 배우였고, 아이돌을 모르는 저로써는 작년에 '일당백집사'에서 처음 봤던 '이준영'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봐야겠다" 다짐한지는 쫌 됐음에도 불구하고, '제목'과 '포스터' 풍기는 알 수 없는 '위화감(아... 망할 거 같아...와 같은)'때문에 선뜻 play하게 되지는 않았는데요. 자막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드라마나 영화가 주는 부담감(=소파에 곱게 누워, 조신하게 모니터만 봐야 할 것 같은 마음) 없이 취미 생활 같은 것을 병행하면서도 내용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틀어 놔야겠다는 생각으로(진심으로 킬링 타임용 극을 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져대는 속사정을 저도 참 모르겠습니다만은) 무거운 손가락을 들어, 마우스 왼쪽 버튼을 꾹 눌렀습니다.
'복서' 출신 '기간제 여교사'가 2년 꿀어 이미 '성인'인 폭력 학생의 교내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고양이 가면'을 쓰고 맞선다는 씸플한 내용의 영화입니다. 웹툰 원작이라는 것 같은데요. 기본적으로 코믹한 흐름이 있고, 좋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여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과하게 악독한 '나쁜 놈' 캐릭터는 히어로물의 클리쉐이겠지만, 가학적인 장면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에는 살짝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장면들을 계속 보면, 아무래도 무뎌지기 때문에 굳이 모든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폭력'을 묘사하진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물론 악한 놈의 '나쁜 성격'을 더 짙게 인식할수록 '영웅'의 '폭력'에 정당성이 더 생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폭력적으로 묘사하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섬세하고 영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히어로물'의 '트렌드'인 것 같은데요. 얼마 전 '디즈니+'에서 공개됐던 '비질란테'도 그렇고, SBS에서 방영된 '국민사형투표'도 그렇고 '사법 제도'라는 공인된 통제 시스템이 제구실을 하지 않는 탓에 '개인'이 '나쁜 놈'을 혼내준다는 설정의 영웅물 또는 응징물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선택된 몇몇의 개인들만이 '구제'될 뿐이겠죠. 이 영화에서도 한수강(이준영 分)이라는 나쁜 인물과 그의 가족이 학교를 붕괴시키고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묘사되고 있지만, 실상은 '폭력'에 동조 또는 기생하는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이런 '나쁜 인물'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게 현실이죠. 소시민(신혜선 分) 같은 '특출한 힘'을 가진 인물이 처단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 폭력을 견뎌야 하는 사회라면 충분히 '악몽같은 세계'일 수밖에 없으며, 소시민이 다른 학교에 들어가 또 다른 나쁜 놈을 처단하는 동안,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다른 많은 학교의 피해 학생들은 메시아적 존재만을 기다리다, 불행하게 졸업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단순무식 액션히어로물에 너무 많은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서도, 두 인물의 대결 구도로만 그려진 단선적 플롯으로 인해, 아무런 비전도 희망도 못 느끼게 한다는 것은 퍽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은 양심, 작은 실천, 작은 영웅들이 많이 모여 큰 가치를 좇을 때, 사회의 악을 뿌리 뽑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지...
하지만 이런 영화의 존재가 잠깐이나마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