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미국드라마

[미국드라마] 시트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1996)' - 코미디란 이런 것.

사라뽀 2023. 4. 24. 13:23
반응형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

 

조셉 고든-레빗, 그는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자신의 얼굴에 색깔을 입힐 줄 아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를 처음 본 건 케이블TV 방영명 <요절복통70년대쇼>인 시트콤 'That '70s Show'에서 토퍼 그레이스의 상대역(?) 버디로 출연했을 때였어요.
(그때도 그는 이미 유명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70년대쇼는 솔로몬 가족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시트콤이었으니까요.) 부잣집 막내도령같은 인상으로, 에릭 포먼(토퍼 그레이스)을 꼬시는 '게이'로 출연한 그는 너무나 '게이'같아서 정말 '게이'인지 확인해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정도였지만 '게이'가 아니었습니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3rd Rock from the Sun)
1996~2001, 6 seasons

Top Cast
John Lithgow : Dr. Dick Solomon
Jane Curtin : Dr. Mary Albright
Kristen Johnston : Sally Solomon
French Stewart : Harry Solomon
Joseph Grdon-Levitt : Tommy Solomon
 
그의 멋진 연기에 감화된(?) 저는 그의 다른 연기도 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았고, 이 드라마를 알게 되었습니다.(아마도 잡지 기사를 읽고 알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불행히도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동아TV에서 매일매일 방영되고 있었으므로 매일 1시 30분이면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조셉 고든-레빗이 '70년대쇼'에 출연하게 된 것은,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의 작가가 '70년대쇼' 작가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포스터(출처: IMDB)

 

약간의 기대감을 갖고 보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너무 서둘러 본 드라마에 대한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70년대쇼만큼 재밌을까' 저는 반신반의했죠. 그러나 그런 우려는 잠깐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조-쥐에게 올인되어 있었으므로, 걔들이 나와 뭘 하든 사실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다보니 조지보단 다른 출연진들의 연기가 더 맛깔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아역이었던 조지보단 성인연기자들에게 더 개성적인 캐릭터를 부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포스터(출처: IMDB)

그들은 '외계인'이었다.

이 드라마는 지구에 파견된 '외계인'들이 하나의 가족행세를 하며 지구인을 관찰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살다 온 이들이기 때문에 아주 이질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이질성은 '지구'의 일상적인 이야기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풍자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되어주죠. '우리들'에겐 당연해 보였던 것들이 그들의 관점에선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추수감사절을 처음 경험하는 그들이 해석하는 '명절'은 우리가 흔히 그러길 바라는 명절과 달리 힘들며, 가족간에는 평소보다 더한 갈등이 생기는 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힘든 하루를 보낸 그들은 남들도 그런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 스스로 "명절을 잘 보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시청자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훈계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저 명절이 가진 아이러니한 성격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죠. 그리고 우리는 웃으면서 '그래 명절은 힘든 거야'라고 자조하거나, '그래도 명절은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체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명절을 보낼 때, '이렇게 싸울 필요 없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일상은 환기시키는 이 같은 코미디의 스토리텔링은, 우리의 사고를 자극함으로써 삶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선명한 캐릭터와 탁월한 연기

오늘 방송분에선 영화 <체인지>에서처럼 남성(딕 솔로몬)과 여성(샐리 솔로몬)의 신체가 바뀌어 일어나는 해프닝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주제는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였죠. 그들의 과장된 캐릭터들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확실히 빛을 발했습니다. 샐리의 몸을 갖게 된 딕을 연기해야 했던 샐리 딕의 몸을 갖게 된 샐리를 연기해야 했던 딕은 서로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소화해내며,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냈습니다. 정말이지 환상이었어요.

 

캐릭터가 선명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에피소드였죠. 어투나 습관적 행동들 등 세밀하게 연출된 극은 저절로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마지막 부분에서 '보너스'로 보여주는 티미(조지 고든-레빗)의 '해리의 몸을 갖게 된' 연기도 볼만했습니다. 물론 해리(프렌치 스튜어트)의 연기가 워낙 특이한 까닭이겠지만.

 

 미국시트콤을 보고 있노라면,  '성적유희'가 때때로 마음엔 안들지만, '코미디'의 본질을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에서

채플린의 <서커스>에 경찰에 쫓긴 방랑자는 서커스 천막 꼭대기의 밧줄 위에 선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며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지만, 관객은 그의 살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을 코미디언의 묘기로 알고 박장 대소한다. 즉, 코미디의 기원은 정확히 그런 잔인한 맹목성, 상황의 비극적 현실에 대한 무지에서 찾아져야 한다.

 


진짜 잘 된 코미디는 슬프다는 얘기입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가슴엔 진한 쓸쓸함, 애잔함이 깃들어야만 코미디는 제 빛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코미디 속의 '무지'는 "비극적 현실인식"의 반어로 씌어져야만 한다는 말을 되새깁니다.

그런데 요즘(2010년도) 코미디는 너무 악의적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미국문화가 '타락'했다고 해도, 역시 그들은 '코미디'가 뭔지 알고, 만들고 있더라구요. 즐거움을 주는 코미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에 쓴 글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22년 5월 12일 다시 공개합니다.

Creators인 "Bonnie Turner"와 "Terry Turner"는 "That '70s Show "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That '90s Show"를 만든다고 합니다. 우왓!! 기대되네요. :)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음 좋겠네요. (70년대쇼는 넷플에서 볼 수 있었는데, 제공 기간이 끝났어요. 다른 OTT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신규 OTT 서비스가 들어올 때 '70년대쇼'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솔로몬 가족도 다시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 ㅜㅜ)

긴 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