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드라마/법정물] 구두 파는 변호사 사무실 '해리스 로우Harry's Law(2011)'
오늘(2011년 어느날..)은 David E. Kelley의 New 법정물 Harry's Law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미저리'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익숙한 '케시 베이츠' 주연의 미국드라마입니다.
제가 원래 '보스턴 리갈'의 왕팬이었습니다. '보스턴 리갈'은 원래 제임스 스페이더의 연기를 보고 싶어서 선택했던 드라마였는데, 정치풍자와 더불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법정신이 퍽 마음에 들어 '호들갑' 떨어가며 보았던 드라마였죠. 하여 이 드라마가 종영되었을 때 누구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입니다만! 웃후~ 반짝반짝 빛나는 새 미드로, 보스턴 리갈의 크리에이터이자 작가였던 David E. Kelley가 컴백했습니다!!

작년 미드의 트랜드는 가족, 경찰(형사), 첩보, 법정물 등이었는데요, 정말 많은 형사물과 법정물이 등장했지만 눈에 확 띄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 형사물의 경우 그전처럼 임팩트 있는 설정으로 초반부터 관심을 사로잡는 드라마는 거의 없더군요.
법정물 중에는 'Outlaw'란 작품에 기대를 걸었었는데(도박중독인 판사가, 법제도의 부조리를 깨닫고 변호사가 되어 법으로써 부조리에 맞선다는 이야기) 글쎄요, 전직 판사이자 현직 변호사인 주인공이 도박중독자라는 설정과 재판 자체가 갖는 사안의 중대성 문제가 심하게 반발 작용을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도박을 한다?! 도박에 돈을 걸어 놓고, 재판의 승리를 도박운과 맞물려 생각한다는 게 충분히,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 같더라고요. 아무튼, 요즘 이 드라마, 소식이 없네요.

그 외에도 라스베가스 변호사 얘기를 다룬 'The Defenders(2010-2011, Jim Belushi & Jerry O'Connell 주연)'는, 보스턴 리갈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들, 뚱뚱한 변호사와 키 크고 늘씬한 변호사의 좌충우돌 법정물인데요, 2% 부족한 캐릭터와 시의성이 다소 아쉽습니다.
작년 한해, 갈증으로 목이 턱턱 막히던 저를, 그나마 위로해 주었던 드라마는 'Good Wife' 그러나 이 드라마도 다루는 사건 자체가 임팩트가 있는 게 아니라서, 드라마로서는 최고로 만족스럽지만 법정물로서는 종종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던 2011년 초!!
이 드라마가 등장했습니다.
Harry's Law!!!
이 드라마의 '내공'은, 제목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죠~!
그러나!!!
오프닝 시퀀스조차 범상치 않은 이 드라마, 드디어 저를 호들갑 떨게 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자, 이제 드라마에 대한 소개에 들어가 볼까요??
거대 로펌에서 기업대상 특허법 전문 변호사로 일하던 해리엇 콘 Harriet Korn(Kathy Bates)은 무슨 이유인지(?) 폐인의 삶을 고집(?)하다가, 그만 잘리고 마는데요. 망연자실한 상태로 길을 걷던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진, 왠 날벼락 덕(?!)에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는데요. 자살하려던 한 마약 중독자가 공교롭게도 헤리엇의 뚱뚱한 몸뚱이 위로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됩니다. 그러나 물에 빠진 사람,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고 하던가요. 푹신푹신한 헤리엇의 몸매 덕에 상처 하나 남지 않은 그 마약중독자는, 헤리엇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했으니, 정말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합니다. 특허법만 다루던 전문 변호사가 마약 복용으로 잡혀 들어가게 생긴 대학생을 도울 수 있을까요?
사람을 구하기도, 차에 치어 죽을 뻔 하기도 한, 그 운명적인 길에 변호사 사무실을 오픈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헤리엇 여사. 높은 빌딩의 안락한 소파에서 내려와, 창밖으로 도로와 사람들, 차들이 보이는, 땀냄새와 소음과 부산스러움으로 시끌벅적한 도심의 한 복판에서 그녀는 법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법은 어느 때 가장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Lawyer, Harriet
그녀는, 말콤(마약중독자, 대학생)과의 운명적인 만남 후, 길 건너에 있는 "임대" 문구를 읽게 되는데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에서도 짤리고, 삶의 의미도 잃어 실의에 빠져 있던 그녀에게 그 가게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줍니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던가요. ㅋ 우리에겐 '미저리'란 영화로 유명한 캐시 베이츠(1948년생, 63세_2011년 기준)가 돈 뜯으러 온 건달도 설득해 돌려보낼 정도로 논리로 똘똘 뭉친 베테랑 변호사 Harriet Korn(Harry Korn)으로 등장! 법정에서 데이비드 E. 켈리 특유의 속사포 대사를 뿜어내며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귀에 새깁니다.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정의의 본질은 '인간애'다."
이 말은, 제가 데이비드 E. 켈리의 법정물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 하는 이유, 근거이기도 합니다. 사실, 많은 법정물들이 '정의는 없다'를 외치죠. 참 슬픈 일이지만, 일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냉소가 우리에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질문이 어려울수록 오랫동안 고민해 완전하진 못하더라도 최선의 답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이 도시, 이 거리에 사는 우리들의 의무인 것은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참 맛 있는 법정물을 '다시' 만났다는 것, 기쁩니다. 사실은 전작인 '보스턴 리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김수현식 대사가 일종의 그분의 트레이드 마크이듯, '속사포랩'같은 '연설'도 그만의 개성이 아닐까, 싶어요.
구두 파는 변호사 사무실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광범한 주제 외에, 또 하나의 '매력'은 배경이 되는 변호사 사무실입니다. 헤리엇은 본래 구두가게였으나 전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쫓겨난 탓에 각종 구두가 처치 곤란할 정도로 널브러진 곳에 사무실을 열게 되는데요, 헤리엇(해리)은 비서에게 구두를 다 갖다 버리라고 하지만 비서는 변호사 사무실과 구두가게를 겸하고자 하지요. 그래서 결국, 해리의 변호사 사무실에선 놀랍게도(!) 구두를 팔게 됩니다.
'구두'는 "여자의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이죠. 이 드라마에선 노년기에 접어든 해리의 욕망일수도 있고, 또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정의라고 믿고 있는 것이, 일종의 삶에 대한 일관된 욕망은 아닐까, 그래서 그런 욕망의 충돌이 범죄와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인 '설정'의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웁쓰! 정말 반가운 배우가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냈군요!
Nathan Corddry란 남자 배우인데요.(해리 옆에 앉아 있는 저, 남잡니다.) 매튜 페리가 프렌즈 끝나고 야심 차게 준비하여 내놓았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안타깝게도 1 시즌 종영되었던 "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에 나왔던(그러나, 무슨 역인지 기억이 아니 나옵는) 배우였어요. 드라마 망하고(전 참 좋아하는 류의 드라마였는데 말이죠. 풍자도 있고) 도통 안 보이더니, (타라 2 시즌을 안 봐서 그랬나) 오랜만에 아주 비중 있는 배역으로 돌아왔군요!! 반가워요~
이래저래 반갑고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하는 웰메이드 법정물!!!이네요.
Creator, David E. Kelley
이 드라마를 쓴 데이비드 E. 켈리는 보스톤 리갈의 크리에이터 겸 작가였고 그밖에도 보스턴 리갈의 '앨런 쇼어 Alan Shore'가 탄생한 드라마 'The Practice(더 프랙티스)', 우리나라에선 '앨리의 사랑이야기'란 제목으로 케이블 방송된 빅 히트작, 'Ally McBeal(앨리 맥빌)'의 크리에이터 겸 작가였습니다.
히트작들이 다 법정물(대표작 중 하나가 The Practice, 이거의 스핀오프가 Boston Legal)인데요. 이 분 전직이 변호사였다고 하네요. 프린스턴대, 보스턴대를 나와 보스턴에서 변호사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이 양반 바이오그래피를 보니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ton이 떠오르더군요. 아마, '쥬라기 공원' 작가라고 하면 많이들 '아!' 하실 텐데, "ER"이라는 메디컬 드라마를 성공시킨 하버드 의대 출신 인기 소설가였죠.(지금은 작고하셨습니다.)
ER은 응급실 배경으로 한 의학드라마로 전체 이야기 골격은 신입 연수의가 ER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생명의 의미와 의사로서의 사명, '인생'을 배워간다는 내용인데, 각 에피소드의 극 구성이 아주 드라마틱하고 인물들의 개성도 두드러져 '중독'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드라마였죠. 스피디하고 힘이 느껴지는 화면구성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전문가들'이 쓴 드라마는 취재해서 글을 쓰는 사람들의 한계란 게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굉장히 문제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는데요, 우리나라 의학드라마나, 범죄물, 법정물 등의 직업 드라마가 갖는 한계(피상적인 직업관이나 스토리라인 등)도 결국은 전문인력들의 '투입' 혹은 문화계 진출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2011년에 쓰였습니다. 그때는 장르 드라마의 퀄리티가 낮은 것에 불만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훌륭한 장르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최근에 공개된 '소년 심판'과 같은 웰메이드 법정물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죠. 해서 원래의 글에서 아래 두세 문단을 버리고 올립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법조인들의 문학계, 드라마계 진출이 활발합니다. 의사나 과학자 분 중에 SF 소설을 쓰시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드라마의 원동력은 '문학'입니다. 일본드라마가 다양한 것은 일본의 장르 문학 시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문학계가 그런 과도기에 있는 것 같아요. 문화 저변이 확대되면서 국내작품이 해외로까지 널리 알려지는 기쁜 일들도 자주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드라마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드라마는 꼭 필요하죠. 세상과 소통하는 드라마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소망합니다.
데이비드 E. 켈리의 손때(?)가 묻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더라고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법정물이라 습관적으로 '찜'을 해 놨는데, 포스팅 때문에 자료 조사를 더 하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네요.
덕분에(?) 재밌는 시리즈 한 편을 봤네요.
ps.
본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imdb.com입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