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겨울 운동회(冬の運動会, 2005) - 구두와 가족
■ 어떤 드라마?
러닝타임이 두 시간 이십 분이나 되는 드라마. TV용 영화라고 할 만한 NTV의 특집극입니다.
무코타 쿠니코(드라마 작가, 1981년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 원작으로 TBS에서 1977년에 방송된 적이 있는데, 10화 분량의 시리즈였던 것 같습니다. 이걸 2005년에 1회 분량으로 특별 방송을 한 것이 오카다 준이치, 하세가와 쿄코 주연의 '겨울 운동회'였습니다.
■ 어떤 이야기?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이 있습니다. 이 집의 세 남자는 각자의 아지트가 있고, 은밀하게 그곳을 드나들며,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합니다.
조부는 술집 출신의 젊은 여자 집에 드나들고, 아버지는 죽은 친구의 아내와 아들이 사는 집에 드나들며, 아들은 우연히 알게 된 노부부의 낡은 구두점에 드나듭니다. 조부는 가족에게 엄격하게 대하며 경직되었던 삶에서 벗어나 젊음과 여유를 되찾으려 하고, 아버지는 죽은 친구의 가족에게서 이상적인 가족을 향수합니다. 아들은 노부부에게서 친절하고 따뜻한 이상적인 부모를 찾으려 합니다. 이들은 마치 운동회를 하고 있는 것처럼, 결승점-이상향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러나 그들이 이상이라고 생각햇던 '대상'들은 풍선처럼 터져 버리고 맙니다.
조부의 애인은 뇌출혈로 급사하며 아버지의 죽은 친구의 아내는 재혼을 결심합니다. 아들의 구두수선점은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그것이 모두 깨어졌을 때, 비로소 그들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NTV | 2005년 1월 4일 | 미즈타 노부오(水田伸生) 감독 | 타부치 쿠미코(田渕久美子) 각본
출연: 출 연 : 오가타 준이치(岡田准一), 하세가와 쿄코(長谷川京子), 히구치 카나코(樋口可南子), 쿠니무라 준(國村隼), 테라시마 시노부(寺島しのぶ), 이가와 히사시(井川比佐志), 시바타 리에(柴田理恵), 키무라 미도리코(キムラ緑子), 사토 류타(佐藤隆太), 류 라이타(竜雷太), 타야마 료세이(田山涼成), 우에키 히토시(植木等), 아키야마 나츠코(秋山菜津子)
■ 어떤 느낌?
결말부의 '아버지'의 성격 변화는 좀 서둘렀다 싶었고, 그래선가 마무리를 급하게 지으려 했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구두수선공'과 '구두'의 상징성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 데다가, 가족의 붕괴를 군더더기 없이 끝까지 잘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인 드라마였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저는 영화 <아이스 스톰>이 생각났습니다.(원작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안 썼을 것 같아요. ㅎ 이 글의 2005년의 글입니다. 드라마에 관한 정보를 조사해, 앞부분의 내용만 보충했습니다.) 서사 자체는 다르지만 가족 구성원들이 제각각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어쩐지 너무 비슷해 보였습니다.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말이 약하고 그로 인해 주제의식도 다소 흐려져서, 이안 감독의 1998년도 영화인 <아이스 스톰>의 인상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느낌이었지요.
TV 드라마라는 속성이 주제나 결말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TV 드라마는 '희망적'이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상이 깨져 버린 후엔 허탈감만 남는 법인데, 이상과 개인적 즐거움이 모두 망가진 뒤에도 등장 인물들은 주어진 환경에 억지스럽게 끼워지고 맙니다. 심지어 그것에 대단히 만족해 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주면서까지 말입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애인을 따라 죽는 것이 나았는지도 모르고, 아들은 구두수선공이 되었어도 되었지 않았을까요? 할아버지의 숨겨둔 애인의 장례식에 모인 '이상한 관계'의 사람들이 오히려 가족 같아 보였습니다만, 그 모든 것들은 '혈연' 중심의 집단이 아니어서인지 모두 부정되고 맙니다. 그런 상황에서 '달리기'라니, 정말이지 절망스러운 결말이었습니다.
구두끈을 바투 묶어도, 잘 풀어질 것만 같은 불안과 위태가 여전히 그 가족에게 남아 있고, 아무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일단 달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이 드라마, 너무 빨리 끝나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희망이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할 수밖엔 없었던 게 아닐까요.
그럼에도불구하고 좋았습니다.
<아이스 스톰>에서 '가족은 반물질이다'라는 문장이 툭 튀어 나왔을 때부터, '가족'이란 단어는 혹은 문장은 지금까지도 하나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습니다.